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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되기 위한 성장노트

[리더쉽/성장] 코끼리 다리 만지기

by 성장하는 마인드 2022. 6. 22.

이직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JD(Job Description)을 보고 지원한다. 자신이 이 회사에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 모르고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JD안에 모든 일을 적어놓을 수는 없다. 사소하거나 단순 업무에 대해서는 JD에 따로 적어놓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JD에는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가기도 해야하지만, 이왕이면 매력적인 일들로 포장이 되어 있어야 지원자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도 이직을 할 때 JD를 보고 지원했다. 면접 때도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듣게 되었고, 새로 생긴 팀으로 가서 팀을 꾸려나갈 예정이었다. 나는 새로 생긴 팀의 업무가 충분히 마음에 들어서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첫 6개월은 거의 배움의 시간이었다. 전체 서비스를 큰 그림에서 이해하고 각종 프로세스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애가 발생하면 이를 대응하고 분석하는 업무도 우리 팀의 소관이었는데 이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장애가 났을때 대응을 빠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다시는 같은 이유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여나갈 수 있다. 그래서 보통 postmortem이라고 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곤 한다. postmortem은 우리가 어떤 부분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부족해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공유하고, 앞으로 각 팀에서 어떻게 해당 장애를 방지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시간이다. 이때 서로 비난하지 않고 건전한 postmortem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려내고 이를 비난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사기만 저하시킬 수 있다.

 

다행히 이 회사는 건전한 postmortem 문화를 잘 가꿔나가고 있었다. 다만, 그 프로세스의 시작이 내가 속한 팀의 역할이었던 것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 보니, 나는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장애 대응 및 분석 그리고 postmortem 프로세스 진행에 사용하고 있었다. 개발하는 비중보다 글을 쓰는 비중이 더 높았다. JD에 적혀있던 많은 매력적인 개발업무들보다는 운영업무에 많이 치우쳐 있었다. 이는 조금씩 불만으로 다가오게 되고, 점자 버티기 힘들어질 때 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곧바로 매니저와 미팅을 잡고 팀의 정체성과 목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팀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나열해보고 각 업무마다 카테고리를 넣었다. 적다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운영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있는 것 같았다. 매니저도 이에 동의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큰 싸이클 중에 현재는 운영을 하는 구간에 속해있을 뿐이다.

 

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여러 단계로 구성된 싸이클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에 집중하지만,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된 후에는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운영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즉, 내가 입사하기 전에 이미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 상태였고, 마침 나는 운영을 하는 시기에 입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내가 들어와서 경험한 일들로만 팀의 정체성을 판단하려고 했는데, 일부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그려버린 것이다. 

 

출처: https://supremepeoplescourtmonitor.com/2016/12/06/chinese-law-elephant/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이런 오류를 범할 때가 있다. 내가 불편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프로세스가 알고보면 그런 불편함을 알면서도 더 불편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비교적  작은 불편함을 감수했던 것이다. 그 작은 불편함이 나에게는 전부였을 뿐이다. 물론 지금 불편하고 불합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있던 더 큰 문제를 낳게 되면 그건 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프로세스를 변경하거나 개선하기 이전에 해당 프로세스가 나오게 된 히스토리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법적인 이슈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있는 시스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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